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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업계를 고민 중이신 후배님들께

By 이민호
Published in Personal
May 07, 2022
6 min read
데이터 업계를 고민 중이신 후배님들께

대학생 때 활동했던 데이터 분석 동아리 내 DA팀에서 정기적으로 “선배와의 대화” 시간을 진행합니다. 여기서 후배님들이 현업에서 일하는 실무자에게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고 답변드리고 있습니다. 사전에 팀에서 모인 질문을 전달받아서 질문을 하나씩 살펴보며 간단히 제가 생각했던 내용을 적어봤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것들이 저희 팀 후배님들이나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현재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데이터를 깊이 있게 다루는 회사에서 여러 데이터 관련 직군 사람들과 협업을 하고 채용 인터뷰에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을 읽기 전에 유의하셔야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지만, 데이터와 관련된 직군와 업무도 생각보다 많이 광범위합니다. 저는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을 업무로 다룰 일이 없는 포지션이었습니다. 플랫폼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서비스의 성장을 돕는 “프로덕트 분석가”에 가깝게 일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분석가라는 직군명을 많은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고 그 정의도 각기 다르지만, 저는 지표를 관리하고 실험과 분석을 통해 서비스의 성장을 돕는 프로덕트 데이터 분석가(ML/DL을 업무로 다룰 일이 많지 않은)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편입니다.

저는 커리어에서 특별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일반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이벤트를 많이 겪었기 때문에 제가 하는 말은 참고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 위주로 적어보았습니다.


업무 관련 이야기

Q. 하시는 업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제 업무를 소개하기 전에 저희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간단히 소개할게요. 저는 데이터라이즈에서 이커머스를 위한 올인원 그로스 솔루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큰 회사들이 아니라면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고 활용하기 위해 많은 개발자, 분석가, 엔지니어가 필요합니다. 중소형 이커머스 쇼핑몰들이 저희 서비스를 구독하면 데이터를 수집해서 사이트를 진단하고, 진단 결과에 맞는 자동화 캠페인을 켜면 자동으로 A/B 테스트가 동작하며 장기적으로 서비스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을 만듭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숙련된 데이터 팀의 분석 프로세스와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제품으로 만들어서 구독 서비스로 판매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여기서 PM(Product Manager)과 개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사가 보는 대시보드에 필요한 기능을 기획하고 해당 기능이 잘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일정을 관리하거나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을 주로 맡고 있구요. 기능 개선을 위한 프로덕트 데이터 분석을 하기도 합니다. 개발은 주로 자바스크립트로 하고 있습니다. 고객사 데이터를 수집하는 JS 스크립트를 개발하기도 하고, 상품 추천을 위한 다양한 배너 이미지를 자동으로 매일 20만개씩 생성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학부 생활 관련

Q. 학부에서 도움이 많이 된 수업이 있으셨다면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통계학 전공 중에서는 “베이즈 통계” 수업을 수강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는 못했던 것 같지만요. 의외로 베이지안 개념이 이곳저곳 써먹기 좋은데,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더라면 업무하면서 함께 공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Q. 학부생일 때 꼭 했으면 하는, 추천하시는 경험이나 활동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여러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1개월 이상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달려보는 경험을 꼭 해보셨으면 합니다. 동아리 단위의 팀프로젝트나 공모전 준비도 좋구요. 연주회, 오케스트라, 밴드 공연 등 직무와 상관없는 경험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알게된 사람들이 오래 남는다는 느낌이 들었구요. 또, 본격적인 직장생황을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뤄보는 경험을 해본다는 점에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학원에 대한 이야기

Q. 데이터 분석 직무와 관련하여 대학원이 어떤 이점을 가진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개인적으로 추천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주로 프로덕트 분석을 담당했던 입장으로서 (그리고 학부 졸업한 입장으로서), 저와 비슷한 일을 하시게 될 분들께는 대학원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신 경우 논문을 읽고 쓰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새로운 연구를 빠르게 리서치하고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빠르게 발전하는 연구 동향을 따라가야 하고, 또 여기서 뒤쳐지지 않는 것이 기업에게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는 영역이라면 대학원에 진학하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대학원에 진학하셨다가 나중에 좋은 직장에 합류하시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미래의 취업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고 하신다면 저는 말릴 것 같긴 하네요.

DA나 DS 직군의 사람들이 모두 석사, 박사인 것은 아닙니다. 팀 차원에서 봤을 때 석사/박사 분들이 계시면 다양한 연구를 우리 상황에 맞게 이해하고 수정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석사/박사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발 잘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쉽게 설명하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대학원에 간다는 것은 취업에 이점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테크 트리 자체가 바뀌는 것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Q. 현재 대학원 진학 생각이 있는데, 데이터 분석 직무를 경험해보기 위한 회사 인턴을 해보기를 추천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네. 연구가 아니라 취업이 목적이시라면 인턴도 좋고 다른 방식도 좋으니 회사에서 실무 경험을 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기업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또 사람들이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경험해보는 것은 이후 연구를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취업에 대한 이야기

Q. 데이터 분석 직무를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자질, 능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호기심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데이터 분석을 업으로 하게 되면 도메인이나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하고, 새로운 방법론이나 분석 사례에도 귀를 귀울이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궁금하고 내가 관심있어서 찾아보는 것이 아니라면 금방 지치기 때문에 호기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일하고 있는 다른 직군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도 중요하구요. 그리고 많은 경우, 분석을 아무리 해도 분석 결과만으로는 서비스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의사결정권자든 개발자든 디자이너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일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데이터 분석 관련 직무로 취업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 등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IT 업계에 있으면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취업에 도움이 더 되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데이터 관련된 자격증이라 해도 지원자 분들을 평가할 때 자격증 란은 거의 보지 않는 편입니다. 이건 큰 IT 회사에 있을 때도, 스타트업에 있을 때도 동일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에 필요한 것부터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원하시는 분야와 가까운 프로젝트를 해보시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감이 오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 기회가 많지 않다보니 인턴이나 동아리를 통한 산학 협력 기회가 있다면 꼭 잡으시길 추천드립니다.


Q. 도메인 지식에 대한 공부는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도메인인지에 따라 크게 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이커머스, 퍼포먼스 마케팅, 구독 서비스 등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런 주제들을 다루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거나 관련된 정보를 많이 전달해주는 인플루언서 및 채널을 통해 정보를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정보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션을 통해 관심있는 주제의 정보를 정리해가면서 저만의 아카이브를 만들고 있습니다.


Q. 포트폴리오 관리를 하셨는지, 하셨다면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별도로 포트폴리오 관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학교 다니면서 회사 생활(인턴+프리랜서)을 1년 정도 병했했었는데, 이 기간 동안 진행했던 다양한 프로젝트를 잘 정리해서 설명했습니다.


Q. 현직자로서 신입 팀원을 뽑는 입장에서, 어떤 역량이 필요하고, 지원자가 어떤 점을 강조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회사에서 신입 멤버를 모시는 경우에는 결국 포텐셜을 보기 때문에,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하고자 하는 편입니다. 호기심과 승부욕이 강해서 본인의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배우는 사람일 수도 있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필요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원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습득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회사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다보니 구체적인 부분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빠르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곳이든 원하는 인재가 아닐까 합니다.


Q. 첫 커리어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시작하는 것과 대기업에서 시작하는 것 중 어느 것을 더 추천하시나요?

저는 대학 졸업 전에 중소기업에서 1년 정도 일하고, 졸업과 동시에 스타트업에 취업했지만 곧 회사가 인수되어 IT 빅테크 기업에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한 요상한 케이스입니다. 삼성이나 SKT 정도 되는 규모의 대기업은 제가 경험해보지 않아서 여기는 제외하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흔히들 네카라쿠배 라고 하는 IT업계의 빅테크 기업 정도가 되면 데이터 분야의 첫 커리어로서 상당히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안정화된 프로세스와 잘 구축된 플랫폼을 통해 업무의 핵심적인 부분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너무 안정적인 부서에 배치되면 요청받는 작업만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지만요. 회사의 규모가 크다보니 부서 내에서 트러블이 있더라도 다른 부서로 옮기거나 포지션을 바꾸는 등 선택지가 더 많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반면에 스타트업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프로세스 없이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실전을 더 많이 겪게 되고, 문제를 보고 해결책을 직접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엄청난 성장을 경험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의사결정을 제가 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많이 고민해야 하고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잘못되면 책임도 제가 지긴 하겠지만요.

상황에 따라서는 이 두 가지 경우의 중간쯤일 수도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 내의 신사업 부서라거나, 큰 회사의 멤버와 프로세스를 잘 옮겨둔 스타트업들에서는 양쪽의 장점을 적절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회사가 크거나 작거나 상관없이 지원자가 입사 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명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Q. 데이터 분석 안에서도 다양한 직무가 있는데, 취준생의 입장에서 모든 영역을 고르게 공부하는 것과, 특정 영역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나을지 궁금합니다.

주니어 시절에는 스킬은 넓게 봐두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본인의 컨셉이 어느 쪽인지는 가능한 이른 시점에 결정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여기서 “컨셉” 이라고 말하는 것은

  1. 데이터로 인사이트를 뽑으며 스토리텔링을 통해 실무자를 설득하는 것
  2. 체계적인 프로세스와 방법론을 통해 신뢰도 높은 지표를 제공하는 것
  3. 데이터를 활용하여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함으로써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4. 기타 등등…

등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내가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은지 컨셉은 확실히 정해 보시고 스킬은 넓게넓게 익혀두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대시보드 같은 회사 내부의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 영역의 비전공자도 데이터를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해당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데이터보다는 개발과 디자인쪽에 관심이 더 많아졌다는 부작용이 있네요.


Q. 데이터 분야는 무엇보다 산업과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준비하면 좋을지 알고 싶습니다. 데이터 분석은 워낙 다양한 산업군에 직무가 있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해당 분야가 어떻게 돈을 벌고 있고, 어디에 돈을 많이 지불하고 있는지 대략적으로라도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산업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이유가, 이익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잖아요? 데이터의 활용 방안을 여기에 엮어서 설명할 수 있다면 흥미롭게 볼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기본적인 스킬은 충분하다는 전제 하에서요.


질문에 답변만 할 때는 언급할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후배님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1. 내가 공부했던 것들,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콘텐츠를 통해 외부에 알려보세요. 블로그도 좋고 유투브도 좋습니다. 개인 브랜딩은 미리미리 챙겨두시면 좋아요.
  2. 관심있는 분야를 함께 고민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찾아가세요. 동아리도 좋고, 북스터디도 좋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도 기웃거려보세요.
    • 프로덕트 분석에 관심있으시다면, 제가 활동하고 있는 PAP도 추천드립니다.
  3. 행복해지세요. 내가 언제 행복해지는지 알아두세요. 몸 건강을 위해 운동하고 영양제 챙기듯이, 마음 건강도 꼭 챙겨주세요. 다 행복하게 살자고 이러고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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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추론 SS 2021 세션 2 - 연구 디자인과 준실험

Table Of Contents

1
시작하기 전에
2
업무 관련 이야기
3
대학교 학부 생활 관련
4
대학원에 대한 이야기
5
취업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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